VIDA(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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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한 해를 맞이한다는 것
새해라는 단어는 인생에 아주 좋은 세이브 포인트가 된다. 사실 시간은 굉장히 연속적이니까 작년 아무 두어 달의 시간차와 작년 12월 그리고 올해 1월의 차이는 다를 바가 없을 것인데, 어떤 하나의 묶음으로 뭉게버릴 수 있는 언어적 수단. 사업 페이즈를 종료하고 취준을 했고, 취업을 했다. 이 세 문장 사이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빠르게 뭉게버리기로 했다. 너무도 그러고 싶었다. 뭉게진 것들 사이에서 어떤 것들은 간신히 삐져나와 아름답게 남아있으니 그것들만 잘 솎아 남겨보기로 한다. 먼저, 내가 하고 싶은 일. 더 크게는 내가 앞으로 직업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암울했던 취업시장에서 개발자 공고는 그나마 형편이 좀 나았다. 길게는 기획쪽으로 가더라도 일단 취업은 해야하니 '취업을 위..
2025.01.18 -
고리타분한 말들을 난 이제 믿으니까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 하는 쓸데없는 말들을 인생이라는 스케일로 뚜드려 맞은 지도 벌써 두어 달 즈음 됐다. 미국에서 사업하는 것에 정말로 설레었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경험의 크기가 너무도 컸으므로 거기에서 오는 효능감에 몇 년 더 인생을 갈아 넣어도 상관없을 것이었다. 그러던 게 집안상황이라는 네 음절에 구겨 넣기 아주 힘든 사건들로 취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소중한 순간들은 대표의 배려덕에 정리되는 데에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고 그래서 공허함도 컸다. 빈자리를 어이없음이 채우려다가 닥친 현실이 그렇지 못하도록 했다. 아주 깊이 슬프다 보니 작은 행복을 아주 쉽게 놓치더라. 밤공기에만 발을 놓던 것이 아..
2024.08.29 -
캐리어 정리
에어컨을 켜기엔 아쉬운 데에다 이 덥고 습한 느낌을 마지막까지 누리겠다는 마음가짐이었던 것이 화근이었나, 책상에서 일어나 잔에 얼음을 담으러 너무도 당차게 일어난 발에 캐리어가 차였다. 미국에서 돌아와 아직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들에 좀체 어느 계절을 보내고 왔나 맥락 없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어지러움을 보는 게 역해서 그 모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캐리어를 정리하는 건 꽤나 큰 일이라 항명해본다. 몇 가지 계절을 뛰어넘고 여름의 초입에 서서 약간은 후덥한 날씨에 선풍기와 얼음 잔에 담긴 커피가 전부인 상태로 옅게 땀을 흘리는 몸이 겨울옷을 만지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더구나 겨울 외투가 채 정리되지 않은 방 안의 옷장에서 다시 또 그것들과 씨름 몇 판을 끝내야 비로소 여름옷들이 자..
2024.06.11 -
윤년 2월의 끝에서 잠깐
시간이 기가 막히게 빨리 간다.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지만 새로운 속도는 매번 경이롭다. 이번주 스케줄을 생각해 보다가 내일이 3월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재빠르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잠깐 붙잡아보기로 한다. 올해의 시작부터 이월의 끝 날까지 한 일주일이면 맞겠다 싶은 속도로 지나왔다. 윤년이라 하루가 더 주어졌던 것은 감사할 틈도 없었고, 마지막주는 진한 농도로 일에 빠져있었다. 특히 우리가 반년 전 예상했던 비트코인 하입의 시점이 생각보다 조금 더 이르게 왔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은 더 조급해진 것이 있었던 것도 같고, 뉴욕행이 생각보다 더욱 갑자기 결정되면서 한국에서 마무리할 것들을 마무리하느라 더 욱여넣었던 시기였다. 막판에 체력적으로 조금 무리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 끝에 오는 만족감이 ..
2024.02.29 -
경기장 속에서
꽤나 피곤했고, 일도 적당히 마무리했고, 늦은시간 카페인이 없었기에 간만에 일찍 잘 만 한 모든 컨디션이 됐다는 생각에 나의 자장가인 팟케스트를 틀어놓고 잠을 청했다. 까지만 했으면 이상적이었을텐데 도중에 이번에 크게 화제가 됐던 빅테크 국회 청문회 얘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생각이 다른데로 빠진 게 결국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요즘 꽂힌 건 Hard Fork 라는 뉴욕타임즈의 콘텐츠인데 우리나라에 간단히 실려서 입맛만 다시던 실리콘 벨리의 애지간한 핫뉴스를 깊게 다뤄준다는 점에서 취향에 맞다. 아무렴 이 20대 후반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워낙 꼬불꼬불해서인지 요즘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저마다가 보이는 차이에 놀라곤 한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대..
2024.02.06 -
스물여섯 번째 생일을 맞으며
귀에 Galli Poli의 노래가 들리는 순간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새해가 밝은 날부터 생일이 슬슬 기다려지곤 했다. 삼 주 조금 덜 지나는 날에 내 생일이 있으니 신년을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생일을 맞는다. 이번 생일은 그러지 않았다. 느긋히 세종에 내려왔다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 여건이 된다면 세종에 조금 더 머물겠다는 다짐 정도의 계획으로 이번 생일을 보낼 준비를 마쳤다. 케이크도 대단한 케이크 없이 집 앞에 있는 마트에서 골랐다. 그냥 부모님과 얼굴 보고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생일 선물이려니 하면서 집 앞 강을 바라보는 여유를 만끽하는 것에 충분히 만족했다. 이번 생일은 그랬다. 세상에 사랑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자칫 외로울 수 있는..
202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