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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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알고리즘의 축복보다는 (나는 왜 음악을 좋아하냐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많다. 나아가 음악에 일가견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못지않게 많다. 대놓고 말하진 않더라도 각자의 음악세계에서 우리 모두는 식견이 충분하다. 당장 내가 추천해 주면 좋다고 내내 듣던 중학생 사촌동생이 이제는 내 추천이 식상하다며 등을 돌리는 것만 봐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음악을 듣고 즐긴다. 에어팟 런칭 후, 에어팟 제품군으로만 애플이 미국 시총 10위 기업에 또 다른 금자탑을 세울 수 있다고 하니. 스포티파이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힘을 못쓰지만 전 세계를 잠식한 이유라든지, 유튜브 뮤직이 프리미엄에 엮여 무료(처럼보이는) 형태로 제공되며 금세 한국시장 1위를 위협(유튜브까지 더하면 이미 넘은)하게 된 이유는 알고리즘의 축복이다. 내가 ..
2023.04.26 -
‘인스파이어드’, 감상이라기보단 인상깊은 부분 요약
최고의 기술 기업에서 배운 것 Chapter.1 훌륭한 제품을 이끄는 사람 비즈니스 목표에 맞는 방향으로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고객의 실제 문제를 해결 Chapter.6 실패한 제품의 근본원인 아이디어의 출처 워터폴 프로세스(그런데 이제 애자일이 20%정도-개발에 한해서만-가미된) 모델을 따르면 제품은 마치 외부 용병처럼 그저 열심히 실행할 뿐이다. 대체로 애자일을 한다는 조직들도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 비즈니스 케이스 우리는 절대 솔루션이 야기하는 비즈니스적 가치를 예측할 수 없다.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제품 로드맵 제품 로드맵의 최소 절반 이상의 아이디어는 기대했던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잠재적 가치를 파악하더라도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
2023.03.19 -
호접몽: 어쩌면 나는 한국에 사는 꿈을 꾸는 스페인 사람이 아닐까
아니다. 나는 한국에 살면서 스페인에 있는 꿈을 꾼 한국 사람이다. 으레 생각이 많아지면 글을 쓰곤 한다. 엊그제 잠깐 알맞은 각도로 비춰들어오는 햇살이 만든 알맞은 온도 탓에 낮잠을 잤다. 꿈에서 토레몰리노의 잊을 수 없는 색깔의 해변가 보도블럭을 걷던 나, 주변에는 몇몇 누군가 있었던 것 같았지만 후안마나 시모네는 아니었다. 행인이었나. 그 존재를 인식하려던 차에 바람이 불었다. 따듯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의 결이 너무 생생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미소지으려던 찰나에 어머니께서 만두 삶았다고 깨우시는 그 바람에 깼다. 만두와 엄마의 목소리는 좋았지만 따듯했던 바람과 미소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느끼려 눈을 다시 감았다. 후안마 집은 3층짜리였는데 남정내 세명이 자면서 선풍기 하나가 전부였던 탓에 ..
2023.02.22 -
가장 거대했던, 그러나 모든 것의 시작일 한 해, 2022년 회고
매번 하는 한 해의 회고이지만, 올해 회고는 유독 남다를거란 걸 한 해 내내 알았다. 올해는 딱 반으로 나뉜다. 매일 아침 아직 나는 자고 있을 때, 후안마가 출근하기 전 내 방에 들러 한숨쉬며 들이치는 햇빛을 막으려 페르시아나 내리는 소리를 듣곤 어스름하게 깨던 아침. 안젤로가 트는 음악소리가 좋아 부비적거리며 일어나던, 그러다 슬리퍼 끌고 시모네 방으로 들어가 나폴리타나랑 커피 마시러가자던 그 아침의 날들. 크로스핏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엔의 기차역 앞에 드높이 솟은 나무 탓에 갈라지는 하늘빛을 보며 이게 여유라고, 이게 숨쉬는 것이라고 분명히 알았던 절반의 한 해. 가장 싫어하던 여의도역에서 매일 환승인파에 부딪히며 추운 날에도 체온으로 금세 달궈지는 지하철 안에서 한 시간이고 겨우 내 틈..
2022.12.28 -
유럽연합, 그 공동선의 휴지
유럽이 좋았던 것은, 내가 유럽에 산다는 것이 좋았던 이유는, 인류 문화와 유산의 어느 중심점이었기에 시선 끝에 자연스레 밟히는 황홀함도 있었지만, 더욱이 중요했던 것은 유래없이 공고한 인류의 공공선을 이룩했다는 데에 있었다. 나라와 나라를 경계짓고 각축하기에 바쁜 이 지구에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이어낸 그들이었다. 자원의 재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사회가 건강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한 신뢰를 딛으면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를 증명했던 굵직한 나날들이었다. 내가 유럽에 발을 딛기 몇 해전에 브렉시트가 성공했으므로 그 연결고리들은 차츰 끊어지던 차였다. 유럽연합에서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자했던 친구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막혔던 이야기 등 실재하는 이야기들에 담긴 아쉬움 혹은 슬픔 혹은 비판은 먼나라..
2022.09.27 -
'다이어트 할 때의 치킨' 전략
다이어트를 할 때면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음식들이 종종 구미를 당기곤 한다. 젤리를 지극히도 싫어하는 내가 어느날 젤리를 먹고싶다 생각했다면 그건 다이어트 중인 것이다. 젤리마저도 그런데 치킨은 얼마나 숭고한 먹을거리겠는가. 그렇게 참고 참다가 치팅데이라든지 목표를 달성한 후 맞이하는 치킨은 가히 치느님이라 불릴만 할 것이다. 따라서 '다이어트 할 때의 치킨' 전략이라는 형편없는 이름은 이렇게 비롯되었다. 일을 진행하고 싶을 때 적기가 올 때까지 겨우 참아낸다면 가치가 없었던 것들이 가치를 갖게 된다든지 원래 가치가 있었던 것들은 기존의 가치를 상회하게 되는 현상. 이를 일컫는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때로는 판이한 결과를 부른다. 그래서 그 결과가 좋다면 그건 '터닝포인트..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