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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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내게 더이상 멀지 않아
그런 생각을 했다. 어릴적 작은 시골에 살며 만난 친구들, 그리고 교환학생을 하며 만난 친구들. 이렇게 계속 유럽의 친구들과 매일같이 연락하고 또 유럽에 돌아가겠다 생각한다면 난 누구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 자기객관화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통 그게 힘들다. 내가 스페인을 좋아하는 이유에 이성적인 이유가 확보되어 있던가. 순 감성으로만 점철되어있지 않은가. 또 그러면 어떤가. 등. 스페인에서 돌아오기 직전에도 몇 백 킬로미터는 되는 거리를 마음먹으면 순 왔다갔다했던 시기들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나라에 돌아왔을 때에 거리가 멀다는 개념을 지워버리자 했다. 사실 다 마음먹기 나름이지 않은가. 우리나라처럼 마음만 먹으면 어느 도시든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나라도..
2023.03.08 -
마테오, Good Vibes Only
러브펑크, 씨엔몬타디또, 베르게스. 늘상 후보군에 오르곤했던 펍이 지루하게 느껴질때면 비블로스로 향했다. 비블로스는 이상하게 갈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곤 했는데 아마 마테오가 그 첫 인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처음엔 나이가 꽤 되어 보였으므로 무리 중 같이 있던 여자애들에게나 추파를 던지는 30대 아저씨인 줄 알았고 그 인상에 그 펍 내내 내겐 괜히 못미더운 존재였다. 이 날은 같이 온 다른 친구들보다도 유독 프란체스카와 별안간 이상한 얘기를 다 나누며 한창 가까워지고 있던 날이었고, 계속 옆을 기웃거리던 그가 조금은 성가셨던 것 같다.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이로부터 몇 분 채 흐르지 않아 안젤로였나 다니엘레였나 둘 다 였나 담배피러 ..
2022.11.08 -
유럽연합, 그 공동선의 휴지
유럽이 좋았던 것은, 내가 유럽에 산다는 것이 좋았던 이유는, 인류 문화와 유산의 어느 중심점이었기에 시선 끝에 자연스레 밟히는 황홀함도 있었지만, 더욱이 중요했던 것은 유래없이 공고한 인류의 공공선을 이룩했다는 데에 있었다. 나라와 나라를 경계짓고 각축하기에 바쁜 이 지구에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이어낸 그들이었다. 자원의 재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사회가 건강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한 신뢰를 딛으면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를 증명했던 굵직한 나날들이었다. 내가 유럽에 발을 딛기 몇 해전에 브렉시트가 성공했으므로 그 연결고리들은 차츰 끊어지던 차였다. 유럽연합에서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자했던 친구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막혔던 이야기 등 실재하는 이야기들에 담긴 아쉬움 혹은 슬픔 혹은 비판은 먼나라..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