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6. 15:49ㆍVIDA
입사와 동시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매일 가슴뛰고 행복했던 지난 3개월을 이제야 돌아보고 정리해본다.
예비군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마무리되어 해가 아직 지기 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번 주말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여유로운 햇살을 몸에 녹여낼 생각에 들뜨는 마음 뿐이었다. 집은 이사를 했고, 생각과 달리 아주 포근한 이 동네의 정취에 더해 며칠 전 쏟아졌던 봄비 덕에 만개한 벚꽃길 아래를 걸으며 오늘 예비군 내내 논밭과 함께 했던 잡념들을 가라앚혀보기로 한다.
정말로 직장이 생겼다. 1년 정도를 각오했던 계약직 타이틀이 단기에서 일반 계약직으로 채 넘어가기도 전에 정규직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다른때는 그리 간절해본적도 없던, 그러나 지난 반 년 간 그토록 가지고 싶던 내 삶에 단 하나라도 있었으면 했던 기둥이 이렇게 세워졌다.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 전환통보를 받은 그날은 집으로 오는 내내 알 수 없는 감정에 뒤덮였다.
지난 취업길의 끝에서 마주할뻔했던 다양한 미래중에, 닥터스트레인지의 그것처럼 이보다 나은 단 한가지 경우의 수는 없었음을 안다. 그 과정이 스스로에겐 참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이 끝에 이렇게 서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하나님께 원망도하며, 자책도하던, 한숨에 두시간씩 내리 새벽공기 속으로 산책걸음을 던지던 모진 시간이 맺음지어졌다. 이제 정말 당분간은 봄날이다 선언한다.
세 달 간 일련의 큰 체계속에서 일을하며 벌써 많은 것들을 얻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PM으로서 수반해야하는 다양한 관점들과, 체계, 정교함 등이라든지-그것을 배우지 못했더라도 그것의 필요성을 많이도 느낀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여섯시 반에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는 건강한 삶.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패턴과, 구내 식당의 질좋은 샐러드 볼까지. 이 커리어는 어떻게 뻗어나갈까. 이 미래에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부디 지금처럼 주체적이고 열정적이길. 하는 일을 사랑할 수 있길. 아무쪼록 이 모든 시간을 만들어준 나의 팀장님에게 매일을 고맙다. 그에게 매번 감탄하고, 매일 배운다.
주말, 얼마만에 맘편히 갖는 주말인가. 지난 반년, 더 길게는 이년간 나를 괴롭혔던 모든 불안이 흔적도 안남기려는듯 바삐 도망쳐 사라졌고, 다시금 세상의 냄새가 아름답게 나를 채웠다. 주말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숨쉬며 세상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탐해간다. 걱정없이 싸부님의 숙덕거림을 들으며 주말에 늦잠을 자고 싸우나가서 이 시간에 대한 감사로 몸을 불린다. 내가 사랑하는 멍뭉이들과 축구 직관을 가 굿즈와 먹을것들을 쥐여주고 팀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다진다. 어엿하게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피디라는 꿈을 이룬 멋들어진 친구들과 또 실없는 이야기로 새벽을 가르고, 소프트웨어 쟁이들과 사이드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재미를 나눈다. 그리고 엄마 어깨나 주무르다가 별것도 아닌것에 생색 가득내며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드린다. 삶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음을 이 생동감을 얼마만에 느껴보는가 하는 사실에 조차 또 다시 감동하며, 하루하루가 지난다.
이제 모양을 잡아가기 시작하는 새로운 삶. 아직 모양이랄 것도 없는 이 삶이 약간씩 그 덩어리를 만들어 간다.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우선을 좀 쉬면서 봄공기도 느껴보게. 올해 봄바람이 유독 늦다했더니 아주 따듯하다. 너무 따듯해 덥기까지하다. 이제 다짐했던대로 아주 갚아나가는 삶이길. 받은 사랑을 다시금 흩뿌리는 삶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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