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S LAS HISTORIAS / 모든 이야기(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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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Good Vibes Only
러브펑크, 씨엔몬타디또, 베르게스. 늘상 후보군에 오르곤했던 펍이 지루하게 느껴질때면 비블로스로 향했다. 비블로스는 이상하게 갈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곤 했는데 아마 마테오가 그 첫 인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처음엔 나이가 꽤 되어 보였으므로 무리 중 같이 있던 여자애들에게나 추파를 던지는 30대 아저씨인 줄 알았고 그 인상에 그 펍 내내 내겐 괜히 못미더운 존재였다. 이 날은 같이 온 다른 친구들보다도 유독 프란체스카와 별안간 이상한 얘기를 다 나누며 한창 가까워지고 있던 날이었고, 계속 옆을 기웃거리던 그가 조금은 성가셨던 것 같다.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이로부터 몇 분 채 흐르지 않아 안젤로였나 다니엘레였나 둘 다 였나 담배피러 ..
2022.11.08 -
91%와 9%의 시간
토레몰리노의 해변에서 센터쪽으로 15분 정도를 쭉 따라 올라오면 있는 어느 쇼핑몰 안 터널 같은 곳에 늦게까지 여는 케밥 집 하나가 있었다. 토레몰리노의 모든 곳이 그러하듯 그곳에도 후안마의 친구가 있었고, 해변에서 빠델을 하느라 한껏 올라온 피로에 젖은 나와 시모네는 후안마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 웃지도 못하고 맥없이 케밥집 앞에 있는 테이블에 주저 앉았다.(사실 빠델 때문인지 플라야 산타에서 있었던 광란의 파티 때문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얼추 얘기도 주문도 마친 후안마가 한껏 진지해진 눈썹으로 테이블에 앉더니 멍하니 우리를 바라본다. 진지한 얘기보단 실없이 농담하기를 좋아하는 후안마는 정말 가끔 진지한 얘기를 한층 더 진지하게 꺼내곤하는데 그럴 때 걔 눈에 담긴 슬픔은 어느..
2022.10.21 -
유럽연합, 그 공동선의 휴지
유럽이 좋았던 것은, 내가 유럽에 산다는 것이 좋았던 이유는, 인류 문화와 유산의 어느 중심점이었기에 시선 끝에 자연스레 밟히는 황홀함도 있었지만, 더욱이 중요했던 것은 유래없이 공고한 인류의 공공선을 이룩했다는 데에 있었다. 나라와 나라를 경계짓고 각축하기에 바쁜 이 지구에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이어낸 그들이었다. 자원의 재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사회가 건강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한 신뢰를 딛으면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를 증명했던 굵직한 나날들이었다. 내가 유럽에 발을 딛기 몇 해전에 브렉시트가 성공했으므로 그 연결고리들은 차츰 끊어지던 차였다. 유럽연합에서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자했던 친구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막혔던 이야기 등 실재하는 이야기들에 담긴 아쉬움 혹은 슬픔 혹은 비판은 먼나라..
2022.09.27 -
남해의 급부상이 기쁜 이유
최근에 회사 건물에서 화장실을 가다가 대문짝만하게 걸린 포스터 하나를 유심히 보게됐다. 입주기업 남해 워케이션 지원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을 합친 말로 휴가지에서 쉬면서 일도 하는 문화를 말한다. 쉬러가서까지 일하라는 말이냐! 하기보단 일을 하는데 앞에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프론트원 자체가 스타트업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물이다보니 내가 디캠프(프론트원 관리주체) 담당자였어도 이런 사업을 펴보고 싶었을 것 같다. 우리가 사업이 안정기였다면 적극적으로 건의해봤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나는 학교도 다니고 있고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다보니 지금 남해를 가서 일한다는 건 우리 팀에는 무리다. 아무튼 코로나가 남긴 몇가지 선물(이라기엔 잔인하..
2022.09.26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아침에 일어났을 때 후안마에게서 몇통의 음성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으레 그렇듯 내가 알려준 북한 말투를 보냈으려나 했지만 그렇다기엔 꽤 길었다. 당장 등굣길이 멀었으므로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읽지 않은 메시지의 설렘과 함께 유독 좋은 하늘을 한 번 우러러 본 후에야 그 메시지를 들었다. 내용인 즉슨 본인이 지금 스페인 북부의 빌바오를 여행하는 중이며 그곳 알베르게(우리나라로 치면 민박, 산장 그 어느 중간 즈음의 시설)에 묵는 중에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는 것이었고 그 뒤로는 또 몇몇 시덥잖은 얘기들이었다. 시때가 맞아서인지 그렇게 몇통의 음성메시지를 주고받다보니 등굣길은 순식간이었다. 그를 통해 본 빌바오의 바다는 스페인의 여느 북부 바다가 그렇듯 그저 맑았다. 하늘은 또 그렇게 맑았다. 늘 내가 스페인..
2022.09.22 -
'다이어트 할 때의 치킨' 전략
다이어트를 할 때면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음식들이 종종 구미를 당기곤 한다. 젤리를 지극히도 싫어하는 내가 어느날 젤리를 먹고싶다 생각했다면 그건 다이어트 중인 것이다. 젤리마저도 그런데 치킨은 얼마나 숭고한 먹을거리겠는가. 그렇게 참고 참다가 치팅데이라든지 목표를 달성한 후 맞이하는 치킨은 가히 치느님이라 불릴만 할 것이다. 따라서 '다이어트 할 때의 치킨' 전략이라는 형편없는 이름은 이렇게 비롯되었다. 일을 진행하고 싶을 때 적기가 올 때까지 겨우 참아낸다면 가치가 없었던 것들이 가치를 갖게 된다든지 원래 가치가 있었던 것들은 기존의 가치를 상회하게 되는 현상. 이를 일컫는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때로는 판이한 결과를 부른다. 그래서 그 결과가 좋다면 그건 '터닝포인트..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