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S LAS HISTORIAS / 모든 이야기(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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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년 2월의 끝에서 잠깐
시간이 기가 막히게 빨리 간다.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지만 새로운 속도는 매번 경이롭다. 이번주 스케줄을 생각해 보다가 내일이 3월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재빠르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잠깐 붙잡아보기로 한다. 올해의 시작부터 이월의 끝 날까지 한 일주일이면 맞겠다 싶은 속도로 지나왔다. 윤년이라 하루가 더 주어졌던 것은 감사할 틈도 없었고, 마지막주는 진한 농도로 일에 빠져있었다. 특히 우리가 반년 전 예상했던 비트코인 하입의 시점이 생각보다 조금 더 이르게 왔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은 더 조급해진 것이 있었던 것도 같고, 뉴욕행이 생각보다 더욱 갑자기 결정되면서 한국에서 마무리할 것들을 마무리하느라 더 욱여넣었던 시기였다. 막판에 체력적으로 조금 무리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 끝에 오는 만족감이 ..
2024.02.29 -
경기장 속에서
꽤나 피곤했고, 일도 적당히 마무리했고, 늦은시간 카페인이 없었기에 간만에 일찍 잘 만 한 모든 컨디션이 됐다는 생각에 나의 자장가인 팟케스트를 틀어놓고 잠을 청했다. 까지만 했으면 이상적이었을텐데 도중에 이번에 크게 화제가 됐던 빅테크 국회 청문회 얘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생각이 다른데로 빠진 게 결국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요즘 꽂힌 건 Hard Fork 라는 뉴욕타임즈의 콘텐츠인데 우리나라에 간단히 실려서 입맛만 다시던 실리콘 벨리의 애지간한 핫뉴스를 깊게 다뤄준다는 점에서 취향에 맞다. 아무렴 이 20대 후반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워낙 꼬불꼬불해서인지 요즘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저마다가 보이는 차이에 놀라곤 한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대..
2024.02.06 -
스물여섯 번째 생일을 맞으며
귀에 Galli Poli의 노래가 들리는 순간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새해가 밝은 날부터 생일이 슬슬 기다려지곤 했다. 삼 주 조금 덜 지나는 날에 내 생일이 있으니 신년을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생일을 맞는다. 이번 생일은 그러지 않았다. 느긋히 세종에 내려왔다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 여건이 된다면 세종에 조금 더 머물겠다는 다짐 정도의 계획으로 이번 생일을 보낼 준비를 마쳤다. 케이크도 대단한 케이크 없이 집 앞에 있는 마트에서 골랐다. 그냥 부모님과 얼굴 보고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생일 선물이려니 하면서 집 앞 강을 바라보는 여유를 만끽하는 것에 충분히 만족했다. 이번 생일은 그랬다. 세상에 사랑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자칫 외로울 수 있는..
2024.01.22 -
부사는 참 좋으니
글을 온전히 쓰려고 하니 하나를 못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임시저장에 쌓여있는 글의 숫자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짧게라도 글을 조금씩 남겨보려한다. 간간히 들러주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나는 말에, 특히나 글에 부사를 자주 붙이는 편이다. 수식되지 않은 단어들로부터 형식적인 어투가 묻어나오면 내 뜻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한편 인위적인 의성어나 의태어가 붙어있지 않은 순수한 텍스트를 좋아하는 것은 이것들의 연장선이다. 과장된 단어들에서 희석되는 글의 에너지 힘 의미 의도. 뭐 이런것들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게 됐다. 구태여 만드는 낭만이 아니라 놓여졌더니 낭만인 것. 낭만스러우려고 걷는 길이 아니라 뒤돌아보니 낭만인 것. 소설을 써내려가는..
2023.12.04 -
immersed_몰입된
최근에 주호형의 초대로 Burlingame부터 Menlo Park에 이르는 메타 본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은 하루가 있었다.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밥은 맛있었고, 태깅만하면 필요한 전자기기가 무한 제공되는 그 유명한 자판기도 봤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사무실의 책상 결, 들어오는 햇볕의 각도까지도 훑으며 잔뜩 흥이 났던 그날,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에는 하필 길을 잘못들어 구글 본사 단지 안에 갇히게 됐는데, 그 단지의 크기는 마을이라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커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빙빙 도는 경험은 썩 웃기기까지 했다. 메타 퀘스트 안에 잔뜩이나 빠져 게임과 워크스테이션을 경험했을 때에는 새로운 장난감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꽤나 오랜만에 느꼈음에 진심으로 감동하는 요즘. 요즘 내 일상은 이런 몰입의 연속이..
2023.08.18 -
아메리칸드림, 실리콘밸리는 달이 참 크다
Moffett Blvd. 내가 지금 사는 곳에서부터 마운틴뷰의 다운타운까지를 죽 잇는 크고 긴 도로다.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꽤나 큰 휴일인 것 같고,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우리는 빡시게 일하기로 했다. 그 끄트머리 격인 오늘 정우형을 그 큰 길을 따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야 조금 정신이 들었다. '아메리칸드림' 하며 날아와서는 그 말 따나 꿈을 꾸는 듯했던 일주일이 벌써 지났고 슬슬 익숙해지려나보다. 스페인에 있을 때와는 아예 다르다. 작정하고 놀 량으로 아무런 마음의 짐과 장벽도 없이 가서는, 마주하는 사람들마다 친해지기 바빴고 난 길마다 걷기 바빴던 게 스페인이었다면, 잘 되어가던 혹은 잘 된 취업을 포기하고, 이제 막 시작한 사랑도 멈추어두고, 어수선한 집안 상황마저 ..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