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Good Vibes Only

2022. 11. 8. 19:37ESPAÑA

러브펑크, 씨엔몬타디또, 베르게스. 늘상 후보군에 오르곤했던 펍이 지루하게 느껴질때면 비블로스로 향했다.

비블로스는 이상하게 갈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곤 했는데 아마 마테오가 그 첫 인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처음엔 나이가 꽤 되어 보였으므로 무리 중 같이 있던 여자애들에게나 추파를 던지는 30대 아저씨인 줄 알았고 그 인상에 그 펍 내내 내겐 괜히 못미더운 존재였다. 이 날은 같이 온 다른 친구들보다도 유독 프란체스카와 별안간 이상한 얘기를 다 나누며 한창 가까워지고 있던 날이었고, 계속 옆을 기웃거리던 그가 조금은 성가셨던 것 같다.

우연히 찍은사진 카메라를 갖다 대자 우르르 몰리던 친구들이다.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이로부터 몇 분 채 흐르지 않아 안젤로였나 다니엘레였나 둘 다 였나 담배피러 나간대서 같이 나가 그들의 대화를 좇게 되었고 소소하게 웃음짓는 얘기가 오고 갔다. 그러던 와중에 옆에서 마테오가 있던 무리들이 합류하여 자연스레 서로 소개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게 우리의 첫 대화였다. 첫인상이 확고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또 나름 그걸 잘 본다고 생각하던 내 직감은 그날 보기좋게 빗나갔다. 왜인지 나이스하게 시작된다 느껴진 그의 화법은 나중에는 놀랍기까지 했다. 자신은 이탈리아에서 왔으며 자신의 여동생이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려고 준비중이다부터 시작한 대화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고 나중에는 대화하는 동안 마저도 대화가 이렇게까지 잘 통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프란체스카에게는 미안하지만 슬슬 응큼해지려던 대화보다는 마테오와의 환상적이었던 티키타카가 더 좋았으므로 32(뜨레인따이도스)로 가는 길까지도 마테오와의 대화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모든 건 마음대로 되진 않는 것이다. 마테오와 그렇게 기분좋은 대화를 한창이고 나눈 뒤 그가 이 달 말에(그러니까 3주정도 후에) 이탈리아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작년에 한학기 에라스무스를 마치고 마무리하는 길이었던 거다. 이렇게나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좋아졌던 기분은 금새 아쉬움으로 변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 마지막 3주 내내 많은 것들을 나눴다. 그와 나눴던 대화가 어떻게 보면 내 교환학생 생활 전체에 대한 방향을 잡아줬다고 생각될 정도로, 마테오가 나누어 준 교환학생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자신이 처음부터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혹은 태도 그 모든 것들이 참 고마웠다. 이후에도 마테오는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스토리들을 보며 쉬지않고 즐기는 데에 힘부치지 않도록 북돋아 주거느 종종 연락하여 일상을 나누기도 또 내가 고민인 지점들에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서구권이 으레 그렇듯 여기선 모두가 친구이므로 선험한 경험에 대한 존중과는 별개로 연장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중이 없게 될 수밖에 없는데 마테오는 그럼에도 형으로서의 역할을 끊임없이 해주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처음으로 내가 외국인들과 어떠한 마음의 벽이나 어려움 없이 깊게 소통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그 마지막에서 내가 늘 무언가 이 친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던걸 이친구가 먼저 언급해주며 소회를 풀어갈때에는 벅차는 한편 그 헤어짐이 많이 아쉬웠다.

https://youtu.be/PL2eqDGriyo

며칠 전 그의 생일이었다. 생일 축하를 해주려다 보니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생각났고, 또 그렇게 나누었다. 여전히 그의 바이브로 살아가고 있는 삶을 엿봤을 뿐인데 내 삶에도 한층 따듯한 기운이 스미는 이상한 기분은 그와 전에 대화할때 그대로였다. Good Vibes Only. 마테오가 내게 늘 명심하랬던 한 문장.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나의 교환학생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말했다. 너 또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최고의 교환학생을 보낸것 같아 참 좋다고. 그리고 우리 어느날 어느때에 꼭 만나자고. 지금도 참 보고싶은 사람들 중 한명이다. 그래서, 그렇게 만나서 그 당시 그의 삶과 그 시절 나의 삶. 그 이후 그의 삶과 지금 나의 삶을 두고 그 때 우리가 하엔 성당 앞에서 나누었던 대화처럼 적적하고 담담하게 그러나 희미한 미소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