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6. 03:05ㆍVIDA
꽤나 피곤했고, 일도 적당히 마무리했고, 늦은시간 카페인이 없었기에 간만에 일찍 잘 만 한 모든 컨디션이 됐다는 생각에 나의 자장가인 팟케스트를 틀어놓고 잠을 청했다. 까지만 했으면 이상적이었을텐데 도중에 이번에 크게 화제가 됐던 빅테크 국회 청문회 얘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생각이 다른데로 빠진 게 결국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요즘 꽂힌 건 Hard Fork 라는 뉴욕타임즈의 콘텐츠인데 우리나라에 간단히 실려서 입맛만 다시던 실리콘 벨리의 애지간한 핫뉴스를 깊게 다뤄준다는 점에서 취향에 맞다.
아무렴 이 20대 후반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워낙 꼬불꼬불해서인지 요즘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저마다가 보이는 차이에 놀라곤 한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올라왔을때 느낀 간극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 싶다. 각자의 일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의 형태가 너무도 다양하거니와, 언제 어떻게 누구를 만나 일하고 쉬는지가 너무 다르고 이런 모든 일상에서 나아가는 방향과 속도가 대체로 고정되다보니 그 차이가 더 벌어지는 건가 싶다.
"세상은 플레이어와 관중으로 나뉜다." 내 주위에서 명예, 금전 혹은 그뿐만이 아니라도 내가 대단하다 평가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꼭 하는 말이다. 정해진 루틴에 널부러져 남의 인생에 온갖 평가와 잣대를 가져다 대며 본인들의 재미를 얻기 위해 혹은 얻지 못한 재미를 힐난하기 위해 여럿 시간을 까먹는 사람들, 그리고 성공을 해내든 못해내든 그들의 관람 속에 경기장에서 내 발로 직접 뛰어다니는 사람들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당연 내가 생각하는 대단한 사람들은 남의 인생에 대해 나불댈 수고조차 아까우니 본인들의 인생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플레이어가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씩 내딛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지를 알기에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이 관점이 요즘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여러모로 바꾸었다.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해도 어떤 사람들냐에 따라 그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정말 다르다. 아시안컵에서 뛰는 선수와 감독에게 미친듯이 화를 내는 사람들, 앞서 팟케스트에서 흘러나왔던 애플의 비전프로 출시, 빅테크 기업들의 다양한 항변 혹은 그 사례 속의 아픔들, 또 최근 일론머스크의 이사회 마약관련 뉴스나 이 외의 수많은 가십거리들에서 누가 진짜 뛰고 있고 누가 진짜 타인을 위한 사랑을 하는 것인지 들에 주안점을 둘 때 나는 마음이 편하다.
창업을 했다는 나에 대해 스치지도 않은 사람으로부터 무모한 시간낭비다 하는 평가가 있었단 걸 말해준 지인이 있다. 물론 주변에 창업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 절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애초에 전해주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을텐데 들어버렸으니 잔상이 남았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인생에 남긴 평가에 의아해 하던 그 날에 처음 들었던 플레이어와 관중의 차이라 더 깊게 와닿았던 것도 있으려나. 그 말을 지나가듯 던져준 존경하는 어떤 형님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며 그저 닮고 싶다는 생각으로 쉽게 치환됐고, 그 사람에게 조금의 미운 마음을 던지고 당장 밀려있는 일들로 다시 눈을 돌린다.
미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확실한 건 실리콘 벨리의 중심에서는 창업과 스타트업에 도전해보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그런 플레이어들에 대해 모두가 던지는 응원이 좋았다. 응원, 심지어는 당연한 과정이라 보았던 그들. 몇 달 전 그곳에서도 올해가 밝고 나서 내 모습을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여전히 내 삶은 예측할 수 없이 질주 중이다. 그 질주 중에 옆에서 응원을 던져주거나 더 멋지게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 감사한다.
'VID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리어 정리 (19) | 2024.06.11 |
---|---|
윤년 2월의 끝에서 잠깐 (24) | 2024.02.29 |
스물여섯 번째 생일을 맞으며 (38) | 2024.01.22 |
부사는 참 좋으니 (4) | 2023.12.04 |
immersed_몰입된 (2) | 2023.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