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 실리콘밸리는 달이 참 크다

2023. 7. 4. 16:19VIDA

Moffett Blvd.

 

내가 지금 사는 곳에서부터 마운틴뷰의 다운타운까지를 죽 잇는 크고 긴 도로다.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꽤나 큰 휴일인 것 같고,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우리는 빡시게 일하기로 했다. 그 끄트머리 격인 오늘 정우형을 그 큰 길을 따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야 조금 정신이 들었다. '아메리칸드림' 하며 날아와서는 그 말 따나 꿈을 꾸는 듯했던 일주일이 벌써 지났고 슬슬 익숙해지려나보다.

 

스페인에 있을 때와는 아예 다르다.

 

작정하고 놀 량으로 아무런 마음의 짐과 장벽도 없이 가서는, 마주하는 사람들마다 친해지기 바빴고 난 길마다 걷기 바빴던 게 스페인이었다면, 잘 되어가던 혹은 잘 된 취업을 포기하고, 이제 막 시작한 사랑도 멈추어두고, 어수선한 집안 상황마저 뒤로하고 일한다는 마음으로 와서는 제 몫을 해내기 위하려는 순간들의 연속인 게 지금의 미국이다. 힘든가? 묻는다면 코웃음 치고 싶을 정도로,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싶고 그럴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극초기 스타트업이 가진 무궁무진한 불확실성만을 빼면 얼떨결에 꿈에 살게 되었으니 감사함이 더 크다.

 

 

그러나 그래서 그런지 좋다고 느껴지는 것들의 결이 많이금 다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의 햇살과 바람은 좋지만 스페인의 그것보다는 못하고, 매일 마주하는 온즈나 파운드, 마일과 화씨는 새롭고 이색적이라기보단 오만하게 느껴진다. 매일 러닝 하는 길에 턱 하니 놓인 구글 본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내가 실리콘벨리에 있구나 하는 걸 계속 상기시켜 주니 그건 참 좋다. 그럼 지금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가 꼽아보자면 형들이 매일 내게 남기는 질문이다.

 

런닝하는 길에 터무니없이 등장한 구글 본사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든, 혹은 우리 회의중에 지나가는 내 스스로의 물음표이든, 다시금 부족한 내실에 대한 결핍과 욕심이 피어오른다. 정우형이 남기는 질문이라면 내가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나 고려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상기시켜 주므로 스스로의 코드퀄리티가 늘어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지성이 형의 질문은 예전부터 그랬듯 내 자아에 대한 의심의 트리거에 가깝다. 살아가며 여지껏 내려왔던 답들을 한번 더 들추는 한편, 고민해보지 못해 본 부분에 대한 질문이라든지, 혹은 아예 모르는 부분들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들. 지금은 부족하며 한 발 더 내딛어야겠구나 마음 들게 하는 질문. 자기 전에 슥 고민해 본다든지 러닝을 하며 고민을 해본다든지 결국 실천은 내 몫이지만 말이다.

 

우리의 워크플레이스

 

 

더 열심히 하고싶다. 스타트업이 얼마나 성공하기 어려운지 알고 있지만, 이 팀을 믿고 싶다. 무엇보다 지성이 형이 가진 힘을 믿고, 정우형이 가진 능력을 믿는다. 경제형은 옆에서 보지 못해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이들이 원팀으로 달리는 그 순간에 내 역할을 온전히 해내면서도 가슴이 뛰면서도 다 같이 달리자 힘내자 북돋고 싶다. 어서 그런 팀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뭔가 해낼 수 있다. 아메리칸드림. 허무맹랑하다든지 누군가의 전설이 아니라 내 얘기가 되도록. 그래서 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달이 참 크다. 어제 세이프웨이라는 마트를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바라본 달이 참 크다는 걸 알았다. 오늘도 그놈을 좇아보면 또 그대로 큰 채로 있고, 내일은 어떤 달이 뜨려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