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2. 23:47ㆍLIBRO
내 어떤 고민에 대해 직장 동료분께서 책하나를 추천해주셨다. 조수용씨의 <일의 감각>이 그 책이다.
처음 매거진 B가 나왔을때 군대 후임을 통해서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힙한 후임이 가져온 그 힙한 잡지 한 권이 가졌던 임팩트는 강렬했다. 신문방송학과에서 줄곧 논하던 뉴미디어의 뒷전으로 사라져가는 가냘픈 잡지라는 미디어. 사양산업으로 논의된지 반의 반 세기 즈음 되어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제 명 줄을 또 지켜낼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았다. 사실 잡지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다만 과월호라는 판이 깨뜨린 것이 <매거진 B>가 아닌 것은 알고 있다. 다만, 내 기억에 의하면 성수동의 향을 풍기며 '이것이 잡지라면 사볼만 하지' 생각을 은연 중에 들게 했던 것이 그 첫인상이라면 가히 파격적이지 않은가.
그 <매거진 B>의 창간인인 조수용씨의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것이지만, 사운즈 한남, 현대카드의 도발적 선언, 삼성카드에서 느꼈던 모던한 감성 모두 한 사람의 작품임에 굉장히 놀랐다. 물론 그러한 사실들보다 어떻게 하면 그러한 브랜딩을 연달아 해낼 수 있었냐 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지만 말이다.
책은 공감, 감각, 본질, 브랜드, 나로 흘러간다.
최근 AI라는 하이테크 씬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다시피 하며 늘 간지러웠던 부분이다. 좋은 기획이란? 잘 된 브랜딩이란? 하는 거시적인 궁금증에서부터, 우리팀 디자이너분이 가진 저 멋들어진 감각은 태생적인 능력인가? 하는 경이로움까지 이 책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우선 오너십이다.
공감이라는 단어의 확장판인 오너십은 메타를 방문했을때 직원이 캐비넷에서 꺼내준 스티커에도 적혀있던 말이자, 내 아이패드 뒷면을 늘 장식하고 있는 단어이다. 최근 우리팀원들의 시너지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에 연일 감탄하며 "좋은 팀"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렴풋한 답으로 나는 우리 팀원들은 개개인이 프로덕트에 굉장한 오너십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래서 디테일을 추구하지만, 고집 부리지 않고, 정말 사용자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몰두한다. 어쩌면 이 프로덕트는 회사에 귀속되는 나 바깥의 것이지만, 이것이 창출하는 가치를 존중하고, 이것이 만들어지는 데에 사용된 금전적 또는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며 그것을 더 큰 이윤으로 환원하고자하는 마음. 그래서 지속가능하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어서 감각이란 "현명하게 결정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감각의 정의는 사람마다 달라서 미감에서부터 사업적 직관에 까지 이를 수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어떠한 결정을 만들어 내는 데에 필요한 것이라는 지점에 이른다. 실무단에서 보자. 우리에게 감각은 그럼 어디서 나오는가? 그 원천은 마음가짐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상의 흐름을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소한 일을 큰일처럼 대하는 마음가짐. 내가 우리팀의 디자이너 분을 보며 감탄했던 감각의 실체를 엿본 순간이었다. 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공부한다. 부족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인정하며 배우려 든다. 이 분이 우리팀에 합류하고 우리 프로덕트 퀄리티는 아주 다른 차원이 되었다.
본질.
기획은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에 대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의 경우 IT 프로덕트의 UX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음식점이라면 한 사람이 가게를 발견하고 입장하여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나오기까지의 일련의 경험일 수 있겠다. 따라서 기획이라는 것은 사람의 경험에 관한 것, 다시말해 지극히 상식에 관한 것이다. 기획이란 그래서 상식적이고도 기본적인 생각에서 출발하여 평소에 당연하다 하는 것들을 원점에서 다시 보는 일이다.
브랜드로 이것들을 뭉쳐보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매거진 B>의 'B'가 브랜드의 'B'라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었다(본질에 대한 의심이 부족한 것이다). 여기서의 B는 Balance의 B로 그들이 생각하는 완성된 브랜드란 Practicality(실용성), Beauty(심미성), Price(가격), Philosophy(철학)이라는 네 꼭지점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브랜드를 말한다. 이것이 그 이름의 의미였다. 우리의 삶은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브랜드를 소비하는 두 축 중 하나 혹은 두 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브랜드는 중요하다.
그렇다면 좋은 브랜드란 무엇인가? 좋은 브랜드란, 매력적인 브랜드란, 매력적인 사람, 좋은 사람과도 같다. 우리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그사람이 소신있는 사람일 때이다. 브랜드도 추구하는 바에 소신이 있어야 한다. 우리 프로덕트만해도 후발주자로서 조급함에 경쟁사 서비스들이 가진 기능들을 모두 가지고자 해봤다. 그러다 요즘 팀원들끼리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주제는 정말 경쟁사들의 저 질주가 정답일까 하는 것이다. 결국 AI 씬에서 모델 퀄리티가 시간이 갈수록 한 데에 수렴한다면, 그 유효한 차이는 프로덕트 자체에 있지 않을까. 미드저니가 이뤄냈던 것처럼, 커서가 이뤄냈던 것처럼. 우린 우리만의 소신을 가지고 정말 사람들이 원하는, 그렇지만 모르는, 어쩌면 다른 서비스가 아직 하지 못한 그 방향이 있을 것이라 끊임없이 몸을 꼬아대고 있다. 브랜드로서 '완벽함'과 '자기다움'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자.
나.
나로서 살아가는 나. 우리팀원들의 공통된 의견은 일이 고작 일되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일이 누군가에게는 시간 때우고 돈 때어다 주는 무언가일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에게 이 일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여기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와 너무도 생각이 맞닿아 있어 울림이 있었다.
1. 내가 맡은 모든 일은 중요하다.
2. 타인의 의견은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다.
3. 나는 보상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아니다.
긍정적인 태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에 보답하는 신뢰, 무엇보다도 결국 이 일들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가 하는 물에 대한 답. 이 기술과 이 제품이 가지는 효용의 가치가 내게도 충분히 보람이 있는가 하는 데에 대한 스스로의 답. 여기에 아니라면, 그건 내 일이 아닌 것이다. 하는 데에 다행히도 지금은 나와 팀원 간의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한 해 이 프로덕트 런칭을 위해 정말 많이 달려왔다. 올해는 각종 지표가 찍히고, 이것이 실질적인 평가가 되면서 마냥 행복한 여행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너무 훌륭한 팀원들을 두었기에 내가 잘하면 된다. 외부적인 불확실함은 최대치를 나날히 갱신해 가는듯 하지만 이럴 수록 뭉쳐야 한다. 본질을 향해 가야한다.
이 책을 통해 기획이라는 것에 대해서, 브랜딩이라는 것에 대해서 모호했던 지점들이 많이 해결됐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영역을 깊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선험한 사람이, 이 영역에 어떠한 답이 없을을 짚어준다는 것이, 그리고 그럼에도 이 항해를 하는 간에 내 마음 가짐은 어떻게 가져야하는지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내내 즐거웠다.
